故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선비문화수련원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동시 제공
故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선비문화수련원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동시 제공

[안동=안동인터넷뉴스] 간절히 뵙고 싶어도 더 이상 뵐 수 없습니다. 이젠 누굴 뵙고 가르침을 청할까요?

고인이 된 이근필 퇴계 종손을 향한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은 각별했던 만남의 이야기가 한국 유림계의 큰 산을 잃은 안타까움을 다시 전하고 있다.

김병일(79) 원장은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후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장으로 부임해 도산서원선비수련원 이사장과 도산서원 원장을 맡아 퇴계 사상을 알리는 소임을 실천하며 '선비정신의 전도사'로 불린다.

안동으로 온 이유에 대해 김 원장은 우리의 전통과 정신문화가 현대인의 편의 중심을 삶에 밀려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선비정신이야 말로 정신적 빈곤의 시대에 세상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그게 지금까지도 안동에서 퇴계의 가르침을 배우는 이유입니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안동과 인연을 맺은 김 원장이 퇴계의 16대 종손인 이근필 선생을 만난 것은 지금부터 17년 전인 2008년 안동으로 부임하면서다.

김 원장은 종손에 대한 첫 만남을 두고 “저렇게 사시는 분도 계시는구나”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지위가 높은 사람, 학식이 있는 사람, 물질적으로 풍요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종손처럼 생각과 말씀,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실천하는 분은 처음이었어요. 진정 ‘훌륭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그런 분이셨지요”

“이후 자주 뵈면서 모든 것을 여쭙고 배우면서 참 공부에 대한 재미를 느꼈어요. 살아 오면서 잘 안보이던 것, 잘모르던 것들도 종손을 만나면서 하나씩 터득했고 그러면서 내 삶을 반성하며 환갑을 지난 늦은 나이였지만 종손의 어긋남 없는 삶을 배워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만나는 날 모두 존경스런 날을 선물받은 셈이지요”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무엇이 편안함인지도 알고 있었지만 퇴계 종손의 훌륭한 삶과 안동의 어려 어르신들을 만나는 시간이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보다 컸다는게 김 원장이다. 그 처럼 李 종손은 김병일 원장에게 선생이자 멘토이며 '忘年之交'였던 것.

“흉중에는 퇴계의 삶과 선비정신을 배우는게 앞서 있지만 퇴계의 후학이나 후손이 선생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면 감히 퇴계를 배우자고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 퇴계도 퇴계학도 잘 몰랐던 당시 종손을 뵈면서 퇴계를 알아갔어요. 그렇게 종손이 퇴계의 큰 뜻을 실천해는데 조역이라도 하자는 생각에 부족한 제가 선비문화수련원이사장과 도산서원 원장을 맡았어요. 함께 배우고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던 17년은 종손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아요”

김 원장은 “그런 종손께서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소식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 땅이 꺼지고 세상이 내려앉는 느낌이었어요. 퇴계정신은 영원하고 후손인 종손 실천했던 삶도 영원하겠지만 여전히 묻고 싶고 듣고 싶은게 많은데 이제 누구를 만나 물을까요”라며 고인을 그리워했다.

김병일 원장은 세상을 떠난 종손의 遺業, 종손의 향기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책임도 말했다.

김 원장은 “선비문화수련원에 입교한 수강생들은 입을 모아 퇴계종택에서 종손과의 만남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아요. 남녀노소 불문하고 종손이야말로 살면서 만난 진정한 선비였고 16세기 퇴계의 정신을 21세기에 재현하는 롤모델이라는데 이견이 없었어요. 최고의 현장교육 강사를 세상이 잃은 것이지요”라며 다른 어르신들의 고견과 중지를 모아 종손의 유업을 이어갈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종손께서 항상 강조하는 게 ‘조복(造福)과 양선(揚善)이었어요. 선생은 ‘부처님과 예수님에게 복을 달라고 기도하는 사람이 많지만 정작 복은 누가 줄 수 있는게 아니다. 복은 결국 자신이 짓는 것이’라며 조복을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잘되는 것을 기뼈하고 잘하는 것을 알리는 삶이 결국 자신의 복을 짓는 것이라며 양선을 권했지요. 퇴계 종손의 유세 대신 고된 반듯함을 몸소 지킨 그 분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가장 먼 곳에서 와서 가장 가깝게 李종손을 의지했던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그가 기억하는 종손의 생전이 서세(逝世) 사흘째, 먹먹한 울림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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