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 78주년 '이육사의 내면풍경'展, 17일부터 안동예당서

이육사(1904.5.18~1944.1.16). 제공 이육사문학관 
이육사(1904.5.18~1944.1.16). 제공 이육사문학관 

[안동=안동인터넷뉴스] 이육사의 순국 78주년을 맞아 이육사 육필원고 전체가 일반인에게 최초로 공개된다.

이육사문학관은 <이육사의 내면풍경>이라는 주제로 한 특별전시를 17일부터 안동문화예술의전당 34갤러리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이육사의 육필을 통해 인간 이육사의 내밀한 모습을 집중 조명한다. 무엇보다 일상생활의 소회를 기록한 엽서와 편지를 중심으로 인간 이육사의 삶에 접근한다.

이번 전시에는 이육사의 난초 그림인 ‘의의가패’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편복’ 과 ‘바다의 마음’, 최근에 등록문화재 지정이 예고된 이상하에게 쓴 한문 편지와 신석초, 이원봉에게 쓴 엽서 등 30여 점의 육필이 공개된다.

이번에 공개하는 묵란도는 이육사의 육필시고집인 '이육사시고'(李陸史詩稿)의 표지 그림으로, 난초 그림에는 '풀이 무성하여 싱싱하게 푸르니 가히 경탄할 만큼 훌륭한 지경' 이라는 뜻을 의미하는 '依依可佩'(의의가패)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이육사의 시 ‘편복’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현실을 동굴에 매달려 살아가는 박쥐에 빗댄 작품이다. 이육사 선생이 편복을 쓴 시기는 1939~1940년대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에는 일제의 사전 검열에 걸려 발표되지 못했다가 광복 후인 1956년 ‘육사시집’에 처음 수록되어 일반에 알려지게 되었다.

편복은 반어적 현실과 당위적 가치 사이의 대조를 통해 식민지 현실에 대한 절망감을 영탄조로 노래하고 있다. 어두운 동굴, 썩은 들보, 무너진 성채, 어둠의 왕자, 고독한 유령 박쥐 등의 표현은 일제 식민지 통치로 국권과 터전을 상실하고 어둠 속에서 헤매는 우리 민족의 비탄함을 전하고 있다.

이육사의 시 중 가장 중량감 있고 훌륭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편복의 육필 원고는 유족들이 소장해오다 안동 이육사문학관에 기증됐으며 2018년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이육사 육필 원고 '편복'. 제공 이육사문학관
이육사 육필 원고 '편복'. 제공 이육사문학관

광명을 배반한 아득한 동굴에서

다 썩은 들보라 무너진 성채 위 너 홀로 돌아다니는

가엾은 박쥐여 ! 어둠의 왕자여 !

 

쥐는 너를 버리고 부자집 고간으로 도망했고

대붕도 북해로 날아간 지 이미 오래거늘

검은 세기의 상장이 갈가리 찢어질 긴 동안

비둘기 같은 사랑을 한번도 속삭여 보지도 못한

가엾은 박쥐여 ! 고독한 유령이여 !

 

앵무와 함께 종알대여 보지도 못하고

딱따구리처럼 고목을 쪼아 울리지도 못하거니

마노보다 노란 눈깔은 유전을 원망한들 무엇하랴

서러운 주문일사 못 외일 고민의 이빨을 갈며

종족과 홰를 잃어도 갈 곳조차 없는

가엾은 박쥐여 ! 영원한 '보헤미안'의 넋이여 !

 

제 정열에 못 이겨 타서 죽은 불사조는 아닐 망정

공산 잠긴 달에 울어 새는 두견새 흘리는 피는

그래도 사람의 심금을 흔들어 눈물을 짜내지 않는가 !

날카로운 발톱이 암사슴의 연한 간을 노려도 봤을

너의 먼~ 조선의 영화롭든 한 시절 역사도

이제는 '아이누'의 가계와도 같이 서러워라

가엾은 박쥐여 ! 멸망하는 겨레여 !

 

운명의 제단에 가늘게 타는 향불마자 꺼졌거든

그 많은 새즘생에 빌붙일 애교라도 가졌단 말가?

상금조처럼 고운 뺨을 채롱에 팔지도 못하는 너는

한 토막 꿈조차 못 꾸고 다시 동굴로 돌아가거니

가엾은 박쥐여 ! 검은 화석의 요정이여 !

이육사 詩 '편복'

이외에도 이육사의 형제들인 이원기, 이원일, 이원조, 이원창의 편지와 그림, 외숙부인 일헌 허규와 외종조부인 왕산 허위의 유묵도 함께 전시된다.

이육사문학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이육사 육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초의 시도라는데 의미가 있다”며 “ 광복 77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민족시인 이육사의 문학과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신념, 인간 이육사의 삶을 들여다 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31일까지 계속되며 안동 전시에 이어 9월에는 대구생활문화센터, 10월에는 서울 성북구의 문화공간 이육사에서 릴레이로 전시된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 11일 이육사가 친척과 친구에게 보낸 친필 편지와 엽서 등 총 4점을 '이육사 친필 편지 및 엽서'라는 명칭으로 국가등록문화재로 올린다고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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