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하순에 안동의 한 귀향인 모임에서 “고향에 돌아오자”란 주제로 공청회 성격의 토론회가 있었다. 도시를, 타향을 떠나 고향에 돌아와 살아보니 행복하며, 그것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인 것이기도 하지만 인구 감소로 소멸위기에 놓인 고향을 위해서도 득이 된다는 뜻이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고향회귀, 자연애호는 인류사의 오래된 명제이지만 항상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현실문제였다. 요즘엔 무엇이 문제인가?

오늘날, 시골살이 실패의 원인을 두고 말이 많다. 농사짓기가 서툴어서, 적적해서, 텃세가 심해서, 아이들 교육 때문에, 꽉 막힌 촌사람들 때문에, 유교적 인습이 싫어서, 병원이 멀어서 등 등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사연이다. 가족이 모두 동의하지 않는 한 귀농도 귀촌도 만만한 게 아니다.

그러나 인구 15만의 안동은 도청소재지이며 중소도시로서, 국립대학, 종합병원, 문화예술회관, 슈퍼마켓, 복지시설 등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고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유별난 곳임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해마다 줄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하고 극복해야 할까?

안동만의 문제인가? 대구도 줄고 부산도 줄고 있지 않는가. 수도권만 비대한가? 그렇다하더라도 한국인구 전체가 줄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시집중현상은 인류가 생기고 부터의 자연현상이고 부와 권력을 쫓는 인간의 본능 때문인 것이니 그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태고로부터 수많은 사상가들이 금욕과 자연친화적 삶을 강조해 왔지만 인류는 당장의 쾌락 추구와 권력의지를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여권이 신장되어 여성들도 현모양처의 전통적 여성상보다 커리어우먼이 되고 남자 못지않게 전 분야에서 자아성취를 위해 활동을 하고 싶다보니 오늘날 가임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다. 높은 자리와 돈벌이, 부와 권력이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는 잘못된 신앙, 그것이 오늘날의 문명을 있게 한 바탕이요, 불편한 진실이다.

부와 권력을 거머쥐려면 교육을 받아야하고 도회지의 좋은 학교를 다녀야한다고 굳게 믿는 학부모가 있는 한 인구의 도시집중을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자녀교육을 핑계로, 경제활동을 핑계로 도회지의 삶을 향유하던 주부가 그것을 다 끝내고도, 시골에 내려간 남편을 따라가지 않는 한 시골인구는 절대로 늘어나지 않는다. 천지에 만연한 허영과 속물근성을 버리지 않는 한 시골이 도회지보다 커질 수는 없는 것이다.

이태원에서의 할로윈 축제 때 156명이 압사하고 173명이 부상한 대형참사를 당했다고 해서 이젠 시골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바꾸는 사람은 없다. 도회선호의 잘못된 가치관을 바꾸지 않는 한 시골 인구는 늘어나지 않는다. 돈과 권력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미신을 믿는 한 인생은 등불을 향해 날아드는 부나비에 불과하다.

한국인에게 고향은 무엇인가? 고향산천이 있고, 고향사람이 있고 고향에 부동산이 있거나 부조의 산소라도 있어야 고향이 있는 것이다. 안동은 그 모든 것을 수몰로 인해 한꺼번에 잃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생활기반이 도회지로 옮겨지고 거기서 태어난 자식손자들에게 안동은 이미 고향이 아닌 것이다.

1970년대에 안동댐과 1980년대에 임하댐 건설로 수몰된 고향을 떠난 세대들이 4,50년이 지나 다 늙어 버린 노인이 되어 고향에 돌아오고 싶어도 옛터는 수몰로 사라지고 수변에라도 집을 짓고 싶지만 낙동강특별법이니 자연환경보전지구니 상수원보호지구 등으로 개발이 금지되어 있어서 돌아 올레야 올 수가 없는 실정이 되어 있는 것이다.

결혼 기피와 출산율 감소로 한국인구는 줄고 있는데 세계인구는 지구가 비좁을 만큼 늘고 있다. 빈곤한 나라일수록 인구가 많아져서 식량과 식수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세계 제일의 부호 일런 머스크는 이를 구할 생각은 않고 인구 폭발에 대비한다며 엉뚱하게도 화성으로의 이주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전 탐사를 위해 화성에 다녀 올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 숨도 쉴 수 없는 화성에 가서 살자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람들은 이게 무슨 꼼수나 사기가 아닐까 경계하기도 한다.

단언컨대 인구 폭발로 인류가 외계로 가야할 지경이 되면 텅텅 빈 안동의 산골마을도 화성보단 낫다고 깨닫고 떼를 지어 몰려 올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쯤 되면 안동은 당연히 호모사피엔스로 꽉꽉 들어차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땅값도 뛰고 집값도 뛸 것이다. 소멸된 안동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부자들이여, 도회지에 아파트를 가진 노인들이여, 여윳돈이 있거든 청정한 안동댐이나 임하댐 수변에 얼른 땅을 사고 집을 지어라. 어차피 그렇게 되겠지만 이런 건 선점할수록 좋다고 본다. 이렇게 멀리 내다보면 인구감소도 지방소멸도 걱정할 게 없는 것이다. 선각자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냥 내버려 두라(Let it be.)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우리 당대에 지방소멸을 당할 수는 없다. 독일처럼 전국 인구가 골고루 분산되어 수도의 인구도 몇 백만 단위로 유지되고 있는 비결이 무언가를 배워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리라.

안동에 대기업이 오거나 교육의 질과 환경이 좋도록 하면 상주인구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오직 외부로부터의 관광객이 넘쳐나도록 하여 주민 소득이 늘어나게 하는 것이 지금의 여건으로는 가장 좋은 방책이라고 본다.

지금 안동의 국회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안동댐, 임하댐 주변의 규제 완화와 수변개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호숫가에 집을 짓게만 해 준다면 고향을 떠났던 출향인사들과 국내외의 재력가들이 별장이나 리조트를 지을 것이다.

이제까지는 멍청하고 게으른 정치인들이 수질오염을 핑계로 안동호와 임하호에 도선과 유람선을 허가해 주지 않았으나 이제 다른 댐처럼 전기로 움직이는 배가 다니게 하면 해결이 될 것이다. 머지않아 전기로 다니는 드론 택시가 상용화되면 시내에서 관광객을 싣고 안동댐, 임하댐 위를 날아서 오고 갈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지역구 의원을 도와서 하루 빨리 댐 주변의 온갖 규제를 풀도록 힘을 보태는 것일 것이다.

과거에 우리는 도청을 유치하면 인구유입효과가 대단할 줄 알았지만, 그리고 그것이 만병통치인 줄 알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지금의 인구증가 운동도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외국인이 늘어나서 좋기만 할까? 모든 사회악은 많은 인구가 경쟁하는 도회지에서 더 많이 생기는 것 아닌가?

지금 해외에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이 244개나 있고 거기에 입학하기 위한 현지인들의 경쟁 또한 치열한 실정이다. 조만간 이들이 관광이든 취업이든 영주를 위해 쏟아져 들어 올 텐데 당국은 이때를 위한 대책을 세워놓아야 할 것이다.

이 또한 이 지역 인구증가의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효과적일지를 연구하여야할 것이다. 그런 노력도 않으면서 불가능한 대기업유치에만 힘을 빼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되리라.

우선은 초미지사인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근본적으로 노력해야할 것은 정치권의 인구분산 정책의 시행이요 국민들의 도시 선호의식의 반성이다. 돈과 권력을 위한 출세제일주의 교육의 결과가 이 나라와 개인들을 얼마나 불행하게 만들었는가를 보라. 부도와 형벌과 인사사고와 정신병과 가정파탄으로 패가망신하는 것이 도회지의 일상이 되어 있다.

진정한 행복이 자연애호와 절제 가운데에 있다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실임을 새삼 깨달았으면 좋겠다. 가로등에 엉겨 붙는 부나비 같은 도회지의 삶을 버리고 소쩍새 소리가 달무리를 흔드는 시골에서 지족 안분하는 삶이 좋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산지기나 화전민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복작거리는 도심을 떠나 병원이 멀지 않은 근교의 양지바른 산자락에서 이웃에게 베풀며 인간답게, 여유롭고 쾌적한 일상을 향유하란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시골은 옛날과 다르다.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뼈 시리게 외롭지도 않다. 교통이 원활하여 안동에서도 두 시간이면 서울 가고 한 시간이면 바다를 본다. 이웃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복지농촌이 되어 있다. 마음을 열고 이웃과 오순도순 잘 지낼 수 있다면 어려울 게 전혀 없는 곳이다. 주저하지 말고 서울 집을 처분하여 고향에 내려와 인심을 사고 마을마다 널려 있는 빈 집을 수리하고 한 뙤기 텃밭을 일굴 일이다.

세속적 허튼 욕심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곳이 우리 안동이다. 모범적이고 성공한 귀향인이 되어 모두를 따르게 하면 정말 좋겠다.

글. 김원길(안동 지례예술촌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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