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동(강남동)과 안동 시내를 연결하는 버스는 80번, 81번이다. 영가대교와 영호대교를 지나는 안동 원도심/구도심 직선 노선은 없고, 안동의 동쪽인 용상동과 안동의 서쪽인 옥동으로 우회한다. 제공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정하동(강남동)과 안동 시내를 연결하는 버스는 80번, 81번이다. 영가대교와 영호대교를 지나는 안동 원도심/구도심 직선 노선은 없고, 안동의 동쪽인 용상동과 안동의 서쪽인 옥동으로 우회한다. 제공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자차 없으면 불편한 동네, 낙타골vs안동 강남

안동은 도시의 남북을 낙동강이 가로 지른다. 나는 청소년기를 안동 원도심인 낙동강 북쪽에 살았다. 경북 안동시 금곡동 금명로, 일명 낙타골이라 불리는 동네다. 경안고, 경안여중, 안동여고, 안동여중, 대구교대 부설초 무려 5개 학교가 몰려있지만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등하교 시간이면 차량 정체가 심각하다. 더운 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성소병원 근처에서 등산인지 등교인지 헷갈리며 걸어 올라오는 수많은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동안 대통령이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여전히 낙타골의 풍경은 그대로다.

지금은 낙동강 남쪽인 안동시 정하동(강남)에 살고 있다. 정하동은 2000년대 들어서 집중 개발된 아파트 중심의 동네다. 안동 원도심에서 태어나서 자랐거나, 시내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강 건너 정하동은 ‘자차 없으면 가기 불편한 동네’다. 자차가 없는 나는 정하동의 대중교통 문제를 몸소 실감하며 살고 있다.

정하동과 안동 시내를 연결하는 버스는 80번, 81번이다. 영가대교와 영호대교를 지나는 안동 원도심/구도심 직선 노선은 없고, 안동의 동쪽인 용상동과 안동의 서쪽인 옥동으로 우회한다.

자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안동 원도심/구도심은 버스 시간을 제때 맞추어 타면 20분~30분 정도 걸린다. 배차 간격이 20분 정도니까 버스 하나를 놓치면 대략 난감이다. 집에 있다가 집 근처 정류장에 버스가 가까이 오면 신속히 집을 나선다. 간혹 버스를 놓치거나 배차 시간이 길면 택시를 자주 탄다. 현재 출근하는 사무실(복주여중 근처)에서 집에 돌아올 때 막차를 타려고 달린 적도 있다. 남의 차도 자주 얻어 탄다.

그나마 최근에 알게 된 전국스마트버스 어플을 활용하여 실시간 안동 시내버스 정보를 파악해서 불편함을 줄이고 있다. 내 주변 대부분 안동 시민들은 이러한 정보를 잘 모른다. 안동시가 도입한 버스정보시스템이 네이버지도/카카오맵과 같은 대중적인 지도 어플과 연계가 되지 않은 것도 불편하다. 가장 대중적인 지도 어플과 연계가 안 되면 활용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연세가 들수록 모바일 접근성이 낮다.

안동 원도심에서 태어나서 자랐거나, 시내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강 건너 정하동은 ‘자차 없으면 가기 불편한 동네’다.  원도심과 정하동을 잇는 영가대교 사거리
안동 원도심에서 태어나서 자랐거나, 시내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강 건너 정하동은 ‘자차 없으면 가기 불편한 동네’다.  원도심과 정하동을 잇는 영가대교 사거리

운전할 수 없는 2등 시민들의 이동권

그래도 운전면허를 딸 수 있고,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이고,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나와 달리 강남동에 3,0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은 어떨까? 대부분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에게 불편한 대중교통은 이동권의 문제다. 많은 학생들은 학교를 가려면 부모님 차를 타거나, 아파트 버스 또는 독서실 차를 탄다. (간혹 스쿨버스가 있는 학교도 있다.)

그런데 모든 부모님이 차를 태워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부모에게 등하교의 부담을 맡기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학생들이 학교만 가진 않는다. 학교 이외에 무수한 일상의 시간에서 그들은 더위와 추위, 눈과 비를 감수하고 버스를 기다리거나 오래 걸어야 한다.

정류장 환경이 조금만 개선된다면, 한여름에 무작정 땀을 흘리며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고통은 줄 것이다. 실시간 버스 정보 파악이 수월해진다면, 이른 아침에 등교하는 청소년들이 조금은 시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안동 시내 중고등학교를 지나가는 버스 노선이 편리해진다면 수 많은 부모들의 아침이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실시간 버스 정보 파악, 배차 시간 단축, 불편한 노선 개편, 정류장 환경 개선, 저상버스 확충, 버스 기사분들의 근무 환경 개선 등 버스타기 좋은 안동을 위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요즘 버스를 자주 타면서 누가 타는지 살펴본다. 청소년들과 중년 여성들, 노인분들이 많다. 자동차, 도로 중심의 교통 정책에 가려진 이들이다. 청소년들은 투표권도 없기에, 공적인 자원을 배분하는 정치 과정에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

주요 의사 결정권자들은 대부분 자동차를 타고 이동한다. 안동시청 5급 이상 공무원들 중에 주1회 버스로 출퇴근하는 분들이 있을까? 버스를 애용하는 이들과 버스와 거리가 먼 이들의 목소리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버스타기 좋은 안동을 상상한다

더 나은 대중교통은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그린뉴딜 정책이기도 하다. 올해 기후위기 장마로 안동시 또한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농가들의 피해가 컸다. 더는 기후위기가 태평양 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여름 우리나라 장마는 52일이었고, 역대 최장기 장마 신기록이다.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들고자 한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화석연료 중심의 모든 경제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

내연 기관차가 사라질 시대, 전기차·자전거·도보·대중교통 등의 녹색교통으로 전환은 필수적이다. 버스타기 좋은 안동은 기후위기와 같은 전지구적인 문제에 대응하는 지역적인 실천이다.

더 나은 대중교통은 관광객들의 접근성도 높인다. 1000만 관광 도시를 꿈꾸는 안동시가 우선해야할 일이다. 안동 도심의 주차난 문제도 불편한 대중교통과 관련 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면 자가용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더 많은 자가용은 더 많은 주차장을 필요로 한다. 더 악순환이다.

주차장 증설에 예산을 쓸 것인가, 더 나은 대중교통에 예산을 쓸 것인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치는 우선 순위의 문제다. 버스타기 좋은 안동은 그저 듣기 좋은 구호가 아닌,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 고민해야하는 공공의 문제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낭비성 예산을 줄이고 현재의 살람살이만으로도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버스타기 좋은 안동을 두고, 다양한 시민들이 정책과 예산의 우선 순위를 두고 토론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더 나은 대중교통은 청소년과 어르신들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이동권과 기본권을 높인다. 제공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더 나은 대중교통은 청소년과 어르신들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이동권과 기본권을 높인다. 제공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마침 안동시에서 4일 ‘시내버스 노선개편 용역 착수보고회’를 연다고 한다. 착수보고회 이후 정책과정에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어가야 한다. 특히 청소년 시민들과 어르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자가용으로만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의 의견만 들어가서는 안 된다.

더 나은 대중교통은 청소년과 어르신들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이동권과 기본권을 높인다. 청소년과 어르신이 행복한 일상은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일상이리라.

더 나은 대중교통은 중학교 접근성이 불편한 안동 강남초등학교 6학년 청소년과 함께 살고 있는 학부모에게 새로운 2021년의 아침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대중교통은 나아가 기후위기 시대, 녹색교통을 선도하는 안동시의 새로운 비전일 것이다. 나는 오늘도 버스타기 좋은 안동을 상상한다.

허승규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
허승규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

글. 허승규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

 

 

 

 

 

 

<안동인터넷뉴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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