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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6 오후 4:46:25 입력 뉴스 > 이슈기획

<소모임탐방①북까페 통659 독서모임>
'한 권의 책을 향해 달려오는 사람들'



▲ 지난 10일 오후 7시 30분 노하동 '북까페 통659'의 68번째 독서모임에서 회원들이 소설 살아야겠다에 대해 독서토론을 하고 있다.

 

 

지금이곳에서 소통을 꿈꾸는 '659'

 

안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노하동방향으로 1km 가량 들어가면 풍경게스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북까페 통659가 있다. 격주 수요일 730분 이곳에는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안동뿐 아니라 예천, 봉화, 영주에서도 한 시간씩 차를 타고 오는 이들도 있다.

 

연령층은 20대부터 40, 50대까지, 직업도 공무원, 수의사, 회사원 등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한 권의 책을 향해 달려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마름에 먼저 우물을 판 사람이 풍경게스트하우스 신동기 대표(38)이다.

 

독서와 여행을 좋아하는 신 대표는 3년 전부터 이곳에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통659'의 어원을 묻자 그는 "한자로 통할 '通'자에 현재 이곳 주소지인 '659'가 합쳐진 말"이라고 했다.

 

지금 있는 위치에서 소통하고 싶다는 의미를 지녔다. 초창기에 몇 개월에 걸쳐 회원을 모집했지만 처음에는 문의전화에 비해 사람들은 잘 모이지 않았다고 한다.

 

관심은 있지만 선뜻 낯선 모임에 참여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지역 정서 탓도 있었다. 4개월여 만에 10여명을 모아 첫 독서모임을 시작한 이래 현재 68회째를 맞았다. 지속적으로 운영된 것엔 회원들의 꾸준함과 애정이 크다.

 

68번째 독서모임 살아야겠다

 

지난 10
일 저녁 730, 독서모임을 찾아간 날은 나무늘보, 오링도링, 모모, 피그렛, 야누스 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이름보다 스스로 불리고 싶은 닉네임을 사용하고, 서로의 직업과 나이도 묻지 않는다.

 

이날 책은 2015년 당시 메르스 사태를 다룬 김탁환 소설가의 살아야겠다였다. 영문도 모른 채 메르스에 걸린 후 생사를 넘나들며 처절하게 투병해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 바이러스에 희생당한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취급받으며 사회적 멸시와 비난을 받은 이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모임은 자유토론형식으로 책을 읽고 각자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에서 좀 더 심도 있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어간다. 피그렛 씨는 "책을 보면서 2015년 관련 기사나 동영상도 찾아보며 읽었다"며 "이번에 대형산불도 났지만 국가재난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여러 가지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소감을 밝혔다.

 

토론이 한창 무르익어가자 오링도링 씨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극한의 상황에서 "최선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때 자신이 최선의 선택을 했는지, 최선을 의도했다 한들 생명에 대해선 최선이라는 게 끝이 없다""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다 살릴 수도 없는 어떤 상황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기를 둘러싼 세상, 그 세상 속의 이야기,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타인에 대해 진정 궁금한 사람들이다. 각자가 일상에서 느낀 의료현장에서의 사례나 생각들, 자신도 모르게 가짜뉴스를 믿게 되는 경험 등도 솔직하게 꺼내놓으며 이날 열띤 모임을 마쳤다.

 

시낭송회·영화감상·올해의 책도 선정 해

 

이들은 독서모임 뿐 아니라 원작소설을 다룬 영화를 함께 감상하며 원작과 비교해보기도 하고
,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을 초청해 시낭송회를 가지기도 한다. 그렇게 1년이 지나 그동안 읽은 책을 토대로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데, 지난해엔 소설부문 1위에 아몬드, 2위엔 오르부아르가 뽑혔다. 비문학부문엔 1위가 사피엔스, 2등엔
1913년 세기의 여름이 뽑혔다.

 

나무늘보 씨는 특히 오링도링 씨가 추천해 함께 읽게 된 1913년 세기의 여름』이 자신의 독서인생에 전환점이 되어준 책이라고 추천했다. 책 속에 매번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올 때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보고, 자신이 모르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도 일일이 찾아 보고서야 그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고. 마치 책과 승부하듯 지긋지긋하게 읽었다는 나무늘보 씨는 "그 책은 정말이지 평생 못 잊어요."라고 웃었다.

 

다양한 직종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는 재미 가장 커

 

지난 10일 오후 7시 30분 노하동 '북까페 통659'의 68번째 독서모임에서 회원들이 열띤 독서토론을 하고 있다.

 

2년이 넘게 모임에 나오고 있는 야누스 씨는 "회원들 중에 사회복지, 과학전공자, 기자, 교사 등 직업군이 다양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을 들을 수 있다""살아온 시간과 환경에 따라서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이 달라지는데, 그런 가치관을 같이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이 모임의 가장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무늘보 씨도 "독서모임을 한번 하고 집에 간 날에는 2주가 무척 재미있다""모임한 후 집으로 돌아갈 때 단 한 번도 후회되는 시간이 없었다"며 모임을 통해 일상의 활력소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귀한 책 구절을 묻자, 두 이름으로 살다간 로맹가리의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주인공을 닉네임으로 사용하는 모모 씨는 " 앵무새 죽이기에 보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어떤 문제를 볼 수 있을 때 내가 천당에 가본 것 같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그 구절이 지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 독서모임에서 실명 대신 닉네임을 사용하는 회원들의 각양각색 명찰.

 

모임 통해 관심 없는 분야도 읽게 돼 독서편식에 도움

 

▲ 북까페 입구에 있는 독서 포스터

혼자 독서하는 것과 독서모임을 하는 것은 또 다를 터. 그동안 변화된 점에 대해 신 대표는 독서편식을 막을 수 있는 점을 꼽았다.

 

"보통은 자기가 좋하는 걸 편식해서 읽게 되는데, 모임을 하면서는 읽기 싫은 분야도 읽게 되니 회원들도 그 부분이 제일 좋다고 해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몰랐던 걸 새롭게 알게 돼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반면 회원들이 읽기 어려워하는 분야는 철학이라고.

 

"지금은 철학책이 선정이 잘 안되는데, 한번 선정되면 그 날은 회원들이 잘 안나오시더라고요.(웃음) 철학에 관심이 덜한 사람들은 철학이란 말 자체가 워낙 어렵게 다가오고, 계속 파고드는 분야다보니 부담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북까페가 없었으면 작은 민박집에 불과했을 거라는 신 대표는 북까페를 운영하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했다. 하룻밤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기 위해 온 손님이  우연히 집어든 책을 마저 읽기 위해 하루, 이틀 연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끝으로 그는 독서모임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될 것 같아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데, 아무 말씀 안하시고 이야기만 들으셔도 된다"며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olympus4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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